지금은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가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천 만마디의 언어들
훌훌히 털어 버리고 모두가 ‘나 때문이요’라고 흐느끼겠습니다.
새벽 녁 닭이 울기 전,
‘나는 그를 모르오!’ ‘나는 그를 모르오!’ ‘나는 그를 모르오!’
계집종의 질타에 당신을 욕하고 저주하며 돌아서다 마주친 당신의 슬픈 눈빛
주님! 난 당신을 그렇게 배반 할 수 밖에 없었던 죄인임을 통곡하옵나이다.
광야에서 오천명을 먹이시고
물위를 걸으시며 나사로를 살리셨던 나의 주님이시여!
‘호산나! 호산나!’ 외치는 소리 귀에 쟁쟁한대
어찌하여 당신은 침묵하시며 그 수치와 오욕의 결박을 안으셨나이까?
당신의 능력 앞에 죽기까지 따를 것을 감히 맹서했던 이 죄인
밤의 깊은 얼굴 앞에 모래알 되어 무너져 내리옵니다.
당신은 아십니다. 아직도 당신과의 익숙치 못한 이 죄인과의 만남을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을 것이라’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이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이제와 후회하며 당신의 무릎 아래 꿇어 엎디옵니다.
로마 병정의 귀를 잘랐던 검으로 내 육신의 가지를 자르지 않고는
당신의 여명에 들어 갈 수 없으며 당신이 뉘신지 난 정녕 알 수 없습니다.
아- 아- 이 헛된 욕망과 성급한 언어와 행위, 속물스런 명예와 겉치례,
편협한 자아를 그 뜨거운 사랑과 용서의 검으로 다듬어 주시옵소서!
오! 나의 주님! 옛 구습의 그물던져 버리고 영생의 그물 눈물로 지어올립니다.
이 습기찬 밤 언저리에서 외치는 육신의 절규, 허공을 치지 않게 하옵소서!
영원한 당신과의 약속, 생명이 되게 하시고 호흡이 되게 하시고 자랑이 되게 하옵소서!
주여! 죽어야 산다는 당신의 말씀, 얼마나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방황해야 깨우칠 수 있습니까?
윤 완 희, <1996년 4월 1일>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