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편지 속에

몇주전에 예기치 않았던 기도 제목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올해 21세된 감옥에 있는 청년에게로 부터 온 편지 때문이였습니다.

편지의 내용인즉, “부탁이 있어서 서신을 보냅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들어주시지 않아도 저로서는 할 말이 없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몇자 적습니다. 저는 10년 전에 어머니를 따라 이민 왔으며, 아버지는 지병으로 일찍 이미 한국서 소천하셨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잘못 어울려 다니다가 공부도 다 끝내지 못하고 이곳에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곳서 대학입학 자격 검정고시를 치루어 합격했으나, 또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저를 받아 줄 수 있는 대학에 편지를 보내 통신으로 공부 할 수 있는 곳을 찾게되어 모 대학으로 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저는 어려서 부터 무역업을 하고 싶은 것이 꿈이였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그 공부를 하고 싶은데 등록금이 필요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혼자서 지금 어렵게 살고 계신데, 어머니를 또 괴롭혀드리는 것 같아 포기하고 있다가 이렇게 문득 편지를 드립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이런 염치없는 편지를 보냈다고 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공부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시도 해봤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내면서 많은 갈등 속에 이렇게 까지 해서 내 자존심을 죽여가야 하는가 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해서라도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라는 애절한 내용이였습니다.

청년의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그 한 마디가 번개처럼 저의 가슴을 때렸습니다. 제 자신이 일찍 아버지를 잃고 미래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어둡고 암울한 상황에서 늘 외치던 간구였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시간에, 사친회비를 내지 않았으니 집에 가서 당장 가져오라는 선생님으로 부터의 불호령 속에,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걸어나오면서 눈물 속에 외치던 소리였습니다. 또한, 야학을 다니며 어느 건축회사의 현장 사무실 급사가 되어, 어른들의 잔 심부름과 청소를 하면서도 생명줄과도 같이 붙들고 있었던 ‘공부를 하고 싶다’ 라며, 어렵고 힘들었던 청소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청년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든지 상관치 않고 다만 돕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내 자신을 돌아보니 큰 아이의 대학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처지에 또 한 사람의 대학 등록금을 감당 할만한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청년을 도울 수 없다는 좌절 속에 그냥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우선 감옥의 교육담당자와 상의 해봤습니다. 그들은 서류관계는 도울 수 있어도 등록금은 도울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청년이 말한 대학 측에 재정보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느냐고 문의를 했으나 장학금 수여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청년에게 답장으로 보낼 백지를 며칠째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새벽이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그 한 장의 편지는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였습니다.

어느 저녁 시간에 부지런히 설겆이를 하면서 하나님께 또 구하였습니다. 곧 답장을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이일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하나님! 그 암울한 철조망을 건너 저희에게 날아온 청년의 애절한 사연을 아시지요? 그는 저희에게 미래의 소망을 걸었어요. 제가 그토록 가난하고 어려운 청소년기를 넘기던 시절에 함께하시고 오늘까지 인도하시며 도우신 하나님! 아직까지 그를 어떻게 도와야될지 모르겠어요. 하나님은 이미 그 해결책을 주셨을터 임에도 제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하고 간절히 기도하는데, 갑자기 제 마음 속에 언뜻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분이셨는데, 오래 전에도 가정이 어려운 어느 학생을 추천했을 때 경제적으로 도와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제 마음에 확신이 왔습니다. ‘아! 그 분이라면 이 청년을 도울 수 있을꺼야!’ 저는 손에 묻은 비누 거품을 딱는둥 마는둥 하면서 그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너무나 급한 나머지 인사 할 겨를도 없이 용건 만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듣고만 게시더니 간단하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추천서를 하나 써 보내주세요!” “네? 추천서요? 물론이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감옥 철장 안에 있는 청년의 기쁨에 찬 얼굴을 생각키 보다는 먼저, 앞날에 대한 두려움의 철장에 꽁꽁 묶여 있었던 저를 자유케 하던 소망의 빛줄기들이 이렇게 닥아왔었음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시편 121편으로, 청년에게 보내는 회신을 백지 위에 채워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치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가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

우연찮게 날아온 한 장의 편지는, 저의 그동안 넘고 넘어온 산과 산속에, 그 순간 순간마다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위대하시고 크셨던가를 감사케 하였습니다.

— 윤 완 희, <1996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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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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