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은 할 수 있어요!

부활절을 어느덧 한달 남짓 앞두고 교회마다 성가대원들의 부활절 준비가 바빠지고 있는 저녁이었습니다. 교회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인 교인들도 서둘러 성가대 연습실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교회 정문 앞에 차 한대가 서면서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환자용 워커(Walker)가 먼저 차 밖으로 나오더니, 몸이 불편하고 몹시 비대한 할머니 한 분이 서서히 차문을 의지하고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 같아서 하던 일을 멈추고 가까이 가 보니, 그녀는 너무나 잘 아는 윌마 시버(Miss Wilma Siever)였습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면서 차에서 내리는 과정 자체도 너무나 힘이 들고 큰 일인 양으로 겨우 숨을 몰아 내쉬면서 몸을 가다듬었습니다. 저는 반가움과 놀라움에 긴 포옹을 한 후 “아니, 여긴 왠일이죠?” 하며 기쁨의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녀도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듯이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그녀의 눈같이 흰 짧은머리가 뽀얀 피부와 함께 석양에 붉그레하게 반짝이었습니다. “… 몸이야 말을 잘 않들어도 노래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밥(Bob) 에게 전화해서 나 좀 데려가라고 했죠!” 하면서 그녀를 픽업한 밥을 익살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윌마와 우리 가족이 알게 된지는 거의 10여년이 되었습니다. 약 10여년 전에 퀸즈 빌리지에 있는 엠버리 미국인 교회에 우리가족이 이사하던 날, 목사님의 비서가 되었노라며 소개하던 그녀의 첫인상을 잊을 수 없습니다. 비서라하면 쎈스가 있고 젊고 활동적인 아름다운 여성이리라고 생각하여, 목사님께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를 잔뜩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목사님의 비서라면서 나타난 그녀는 이미 머리가 하얀 할머니로서, 뚱뚱한 자신의 몸을 가누기 조차도 힘든 듯이 숨을 헐떡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곁에서 보기조차 조마조마 할 정도였습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비서, 윌마 시버”라는 명패가 큼지막하게 놓여있었으나, “뚝…딱…뚝…딱” 쳐대는 타이프 소리에 그녀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두기로 하였습니다. 차라리 그녀가 여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이 우리의 일임을 그 첫날에 바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명패가 놓여있는 교회 사무실에 나와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이 교회의 창립멤버이며, 그곳에서 자라난 윌마는 교회의 구석구석에 뭐가 있으며 누가 언제 출생하고 결혼을 했으며, 세례와 장례를 했는지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처녀로 늙은 그녀가 비록 사무적인 능력은 없어도 그녀의 너털 웃음은 교회 사무실을 늘 밝게하여 주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성가대에서 솔로를 늘상 맡아서 하곤 했는데, 악보를 읽지 못하여도 올갠 소리를 듣고는 정확한 음을 낼 줄 아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50년을 성가대원으로서 한 교회서 봉직한 지긋한 교인이며 신앙인이었습니다.

지난 봄, 그녀가 병원에 입원하여 들려온 소식은 그녀를 아는 모든 이들을 슬프게 하였습니다. 평소 늘 무릎이 참을 수 없이 아파 걸음 걷는데 불편을 느낀 그녀가, 친구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골수암이 발견 된 것이었습니다. 친척이라고는 멀리 떨어져 살고있는 사촌이 하나 있을 뿐, 교인들 외에는 아무도 그녀를 가까이 돌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교인 중에 80이 넘으신 혼자사시는 할머니가 자원하여 그녀를 자신의 집에다 입주시켜 돌보게 되었습니다. 윌마가 병원에 특수약물치료라도 받으러 가는 날에는 교인들이 조를 짜서 몸이 비대한 윌마를 계단에서 내리고 올리는 일을 해야만 되었습니다.

윌마는 약물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러 다니면서, 자신이 암에 결국 매여 있지 않는 놀라움을 보였습니다. 교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 휠체어를 탄 윌마의 모습은 늘 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녀를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거나 가슴 아퍼하는 이들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괜찮아! 난 괜찮아질꺼야!”하면서 조금도 흩으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해마다 부활절이 오면 이웃교회의 부활절 음악예배에 소프라노로 자원하여 도와주던 윌마는 올해라고 결국 포기하거나 빠질 수 없었습니다. 일년 만에 그녀를 만나는 미국교회 성가대원들이 반가워하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니? 교통사고 났었어요? 몸이 많이 수척해졌군요!” 그녀는 그 특유의 아기 같은 익살굿은 표정을 다시 지으며 대답하였습니다. “몸은 이래도 찬양은 할 수 있어요!” 그 음성은 단호하였습니다.

이제는 누구의 비서도 아닌 그녀가 자신조차도 하나님께 맡기며, 한발자국씩 한발자국씩 무겁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윌마의 워커를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강한 손이 함께 하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尹 完 姬, <1994년 3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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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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