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나는 한때 자유롭다고 생각했었다—
생각할 자유, 걸을 자유가 내게 있다고.

그러나 하루조차도 결코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먹는 일에도, 잠자는 일에도, 건강을 향한 길에서도,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마저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제 막 시작된 사순절의 길 위에서

산만함은 소리 없이 자라나고,
오래된 습관은 다시 돌아오며,
열정은 옅어지고,
금식은 벌써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이토록 많은 자유가 있다 하나,
정작 손에 쥔 것은 너무도 적다.

삶의 후회는 그렇게 쌓여가고,
말은 마음을 떠나 제 길을 잃는다.

그리고 내 안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되는 움직임—
그것은 내 의지 밖에서 일어난다.

영혼의 방향은 내 의지를 바꾸고 있었다—
바닥에 닿기도 전에 이미
하나님의 뜻을 향해 기울어지며.

어둡고 습한 삶의 자리로 들어가
그 길을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아픔과 슬픔, 질투와 욕망을 지나
흙길을 밟듯 정직하게, 깊은 순복으로,
아가서를 잠시 내려놓고 전도서를 들고,
자각조차 희미한 채 천천히 나아간다.

그 길을 걷는다.
나는 다시 아가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날들은 슬픈 날들,
아리는 날들,
고요한 불안 속에 흘러간다.

요즘 들어 억지 미소와
익숙하게 지은 웃음,
빌려 온 듯한 웃음소리—
누가 그것을 쓰고 있는가?

당신.
그리고 나.

그러나 그날이 지나면
참된 웃음이 돌아오겠지.

기쁨은 제 목소리를 찾고,
미소는 애쓰지 않아도 번져가겠지.

그래, 우리 모두
가식 없는 얼굴로
평범한 길을 걷게 되리라.

그리고 마침내
긴 길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리라.

자유를 잃어버린 깨달음에서
참됨과 새로움을 향한 한 걸음으로—

그곳에서
나는 다시 시작되리라.

— 윤 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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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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