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방 하나를 엽니다.
긴 밤을 지나
나귀의 안장 위에서
산고를 겪어야 했던 마리아를 위해
나는 빈 방 하나를 엽니다.
낯선 도시의 얼굴들과
그 무심함 속을 헤매며
지치고도 여린 눈으로 바라보던
요셉을 위해
나는 빈 방 하나를 엽니다.
온 인류의 상처와 짐을 지실
거룩하신 이, 예수님을 위해—
구원의 요람이신 그분을 위해
오소서.
우리의 거처는 비좁고 가난하오나
간구하오니 들어오소서.
여기서 당신의 피로를 내려놓으시고,
당신의 고통과
무거운 슬픔의 짐을 쉬게 하소서.
이 밤,
사랑의 빚진 자인 우리가
나그네요 이방인이신 당신을 맞이합니다.
굶주리시고,
헐벗어 떨고 계시며,
조롱받고 버림받고 갇히신 이여,
당신의 거룩한 성도들이 마련한
이 피난처로 오소서.
찢긴 당신의 상처와
깨어진 당신의 마음을
타오르는 사랑으로 끌어안습니다.
오소서, 임마누엘!
— 윤태헌, 1996년 12월,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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