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

안녕하세요? 저는 가끔 주위 분들로부터 듣는 인사가 있는데 그것은 “목사의 아내 노릇하기가 얼마나 어려우십니까?”라는 것입니다.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는, 때로는 얼굴 표정까지 찌푸리며 저에게 최대한의 동정을 보내지요. 그런데, 저는 그 인사가 별로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답니다. 아, 물론 목사의 아내역할이 힘들 때도 많지요. 그러나 남이 갖지 못하는 기쁨이나 보람에 비하면 잠시의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닐 때가 있답니다. 그런데 제가 목사의 아내역할보다도 더 힘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부모의 역할” 같아요. 부모가 된다는 것- 날이 갈수록 이것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마도 부모 되신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믿어요. 오늘 이 시간은 그 힘든 부모의 역할 중에 자녀들과 “가정일의 분담”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과의 인생의 합창을 함께 부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혼자 부르고 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이 말을 들으면서 과연 나도 그럴 때가 많겠구나 하고 인정을 했답니다. 독창은 혼자 만 열심히 잘 부르면 되지만, 합창의 경우엔 혼자 아무리 잘한다 해도 그 화음의 진수를 맛 볼 수 없습니다. 최상의 아름다운 소리란, 아카팰러로 화음된 합창이지요?

마치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옷과 음식제공 외에, 우리 아이들이 독립하여 남과 함께 살아가면서 최상의 삶의 화음을 맞추며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서 보고 듣고 배우는 학문적인 것은 가정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에 비하면 극히 작은 일부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남과 함께 협동하며 살아가기 위해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일을 분담시키고 책임을 맡기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독립성이 강해지고 책임 있는 사회 일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도 가정은 삶의 종합 대학교라고 말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예전에 어른들은 혼사를 앞두고 늘 그 가문의 가정교육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근래엔 ‘가정교육’이라는 단어자체가 구세대의 언어로 취급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수년간 군대의 초병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어느 미군 장교의 말을 이용하면 ‘요근래 들어오는 신병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합니다.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요. 침대정리 하는 것, 구두 닦는 것, 하물며 자신의 코푸는 방법조차도 가르쳐야 됩니다“라는 푸념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일이 왜 생겼는지에 조사 서를 보면 흥미로운 답변을 볼 수 있답니다. 국민학교 일 학년에서 칠 학년 600명을 대상으로 하여 조사했는데, 7학년의 53%가 가정의 일을 분담하고 있으며, 52%만이 자신들의 방을 스스로 청소 할 것을 부모가 기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설거지나 정원 다듬기의 경우엔 33% 미만의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쿠킹의 경우엔 20% 미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더군다나 공부에 바빠지니 배울 기회는 더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자기가 입었다 벗은 옷조차도 옷걸이에 걸 줄 몰라서 의자에 쌓아 놓거나, 방바닥에 너부러져있는 물건들을 피해 방을 껑중껑중 건너뛰는 모습들 속에 가정교육의 현주소를 보게됩니다.

제 경우에도 늘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아이들을 곁에 앉혀두고 차분히 하나 하나 가르치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질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가르치려고 마음먹기보다는 서로 바쁘니 차라리 내가 전부 해버리고 말 때가 많은데 교육상 별로 권할 만 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종종 아이들은 멀쩡하게 의자에 앉아서 T. V를 즐기고있는데 저 혼자서 집안을 뛰어다니며 헐레벌떡 일을 하다보면 틀림없이 짜증이 나게되는 경험을 갖게된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들은 부모가 규모있게 일 부담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 또한 발견케 되지요.

가정 안에서의 일을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기 기저귀 갈아주는 일, 쿠킹, 빨래, 청소, 잔디깍기, 잔디 물 주기, 신문정리하기, 빈병모으기, 옷장정리, 쓰레기통 내다놓기, 냉장고 정리등…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일들이지만, 쌓이게 되면 생활전체가 마비되는 것이 가정일등입니다. 그러기에 크면 저절로 다 알아서 할 줄 알지만 어려서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자란 사람들 중에는 실업자들이 많다는 스테이트의 보고를 볼 때,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집 막내아들이 올 가을에 칠 학년에 들어가는데 저는 그 동안 이 아이를 아기취급 할 때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 여름엔 누나들이 썸머스쿨에 가있거나 직장 일로 바쁘고 저도 여기저기 참여하느라 집을 비우게 되니, 이 아이에게 밥하는 것을 할 수 없이 가르쳐 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으로 연습하는 셈치고 쌀을 씻는 법과 물을 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만, 제가 없는 동안 제법 밥을 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올해부터는 이 아이가 앞 뒷마당의 잔디를 깎는 것을 도와주니 훨씬 저도 수월해짐을 느낍니다. 처음에 아이가 잔디를 제가 깎겠노라고 할 때, 기계를 맡기기가 의심쩍었습니다. 행여나 잔디 깎다가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습니다. 그러나 기계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단단히 주고나니 별 탈없이 잔디깍기를 거뜬히 해내고 있습니다.

어느 가정엔 보니까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빨래 통을 마련하여 빨래 통이 차면, 스스로가 빨래를 해 입게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 갈 때부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가정의 일을 어렸을 때부터 분담 할 줄 알게 하는 것은, 집안 일은 어머니나 아버지만이 감당하는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거들어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하지요.

사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교육, 운동, 종교, 취미 등을 위해 우리들의 시간과 물질을 쏟아 붙고있지요. 사회에 나가면 일류 전문인들이 되어 유용하게 평가되고 많은 돈을 벌지만, 가정에 와서는 가족끼리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야 될지 모를 때가 너무나 많은 것을 발견케 됩니다. 아이들을 사랑한다하면서 과연 우리는 삶 속에 꼭 필요한 것들은 얼마나 가르치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가 스승이 되어 아이들의 세계를 얼마나 아름답고 귀하게 성장시키고 있는지 제 자신을 의심케 될 때가 있습니다.

부모의 역할이 수학처럼 공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언제까지 저는 부모로서 좌충우돌하면서 역할을 감당 할 지 모르겠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합창의 선율이 흘러나오듯이 최상의 삶의 소리가 우리 자녀들 안에서 울러져 나와야 하겠기에 부모의 역할이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부모이신 하나님 아버지께 더욱 더 의존케 됩니다.

— 윤 완희, 8/7/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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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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