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이 태권도를 시작한지 4년 만인, 이달 초에 검정벨트를 땄다.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일이지만, 처음에 아이에게 태권도를 가르키기 위해 도장에 견문을 갔을 때의 일을 결국 잊을 수가 없다.
처음 도장엘 가보니 나이가 30은 되어보이는 늙은 학생이나, 이제 5, 6살된 어린 학생이 함께 어울려 한국 말로 기합을 주면서 사범의 행동 하나 하나를 따라하는 것이 내게는 신기하게 보였었다. 그러나, 동행했던 아이는 사범의 동작에 그만 기가 죽어, “태권도는 절대 배우지 않겠노라” 선언을 하며 도장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길가에 서서 씩씩거리며 눈물까지 흘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이의 그 나약한 행동에 너무 기가막혔다. ‘쯧쯧쯧, 나는 저를 늘 장군이라는 별명까지 부쳐 불렀건만… 장군의 행동이 이 정도라니…!’ 돌아오는 길에, 아직도 차의 뒷자리에서 훌쩍거리는 아이를 뒤돌아 보며 더욱 더 마음으로 결심을 하였다. ‘이 아이는 태권도가 누구보다도 필요한 아이야!’
그 후, 일년 후에 우리는 또 다시 도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아이의 겁먹은 표정을 달래고 달래며, 크레딧 카드를 아이 앞에서 용감하게 사범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지불한 영수증 종이를 아이 눈 앞에 펴 보이며, “이것이 네게 주는 얼마나 큰 투지인지 결국 잊지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그후부터 아이는 얼음판을 걷듯이 태권도의 기본동작 하나 하나를 익혀가면서부터, 용기를 얻는 것 같았다. 아이는 각종 색깔의 띠를 하나씩 따 낼수록 운동에 대한 재미도 더욱더 붙이기 시작하였다. 결국 만만찮은 수험료를 지불하면서 아이는 초단시험에 합격해주고 말았다. 그날, 초단 합격증을 받아들고 기쁨에 차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크레딧카드의 빚진 돈을 헤아리고 있는 판에 아이는 당당하게 외쳤다. “초단승급의 선물이 무엇이죠? 얼마를 쓰실거죠?” “…? 뭐? …뭘 원하지?” 바람빠진 풍선처럼 약해져 가는 내 음성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아이는 거듭 다구쳤다. “언제 축하 파티를 열까요? 어떻게 계획 할까요?” 갈수록 태산이었다. ‘초단을 제가 잘나서 딴나? 아빠가 없는 돈에 크레딧 카드를 쓰게 하고, 엄마가 밤낮으로 데려 가고 데려오고, 도복을 빨아주고 데려주고, 시험볼 때마다 응원해 주고, 우는 것을 달래서 오늘에 까지 이르지 않았나?’ 철없는 애를 붙잡고 그 말까지는 할 수 없었어도, 또 한번의 카드를 그을 생각을 하니 못내 마음이 아쉬워졌다.
나는 1998년을 보내면서 사실은 초단을 딴 우리 막내 아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 윤 완희, 12/6/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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