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만하탄에 볼일이 있어 펜 스테이션에 나서는 일은 저에게 큰 용기마져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복잡한 만하탄에 차를 갖고 나갔다가, 일방통행으로 길을 잃어버려 길을 헤메이거나 비싼 주차비로 곤욕을 치르는 일을 몇번 경험한 일로, 만하탄에 갈 때는 기차를 타고 나서게 되곤합니다. 그러나, 요즈음도 펜 스테이션의 크기가 얼마나되는지 짐작이 가지는 않치만, 팬 스테이션에 내릴 때 마다 어디로 가야지 바른 출구가 나오는지 어리둥절하여서 헤메이기가 일수였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물결이 급류처럼 밀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폭포수의 물이 흘러떨어지듯이 일초의 여유도 없이 내려가고 올라가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 저는 정신을 잃을 것 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펜 스테이션에 말할수 없는 정감을 느끼며 삶의 축소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펜 스테이션에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만명의 발길이 일초의 여유도 없이 분주하게 오고 가는 그곳에, 코너마다 있는 꽃 가판대에 아름답게 담겨진 꽃들은 신사숙녀들의 발을 여지없이 멈추게 합니다.
한묶음의 꽃다발 속에 언어를 담고 사랑을 담아 갈길을 바삐 떠나가는 이들 속에, 황금의 평온에서 제 몫을 다한 해바라기들의 향연과, 바람 속에 힘차게 솟아 오르는 새들의 노래를 듣게됩니다. 식어가고 있는 계절의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뉴욕커들의 센스가 꽃을 팔고 있는, 새 이민자의 꿈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펜 스테이션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목이 쉬도록 불어대는 트럼팻 소리, 현악 삼 중주의 연주, 복음성가 가수의 열띤 독창, 음악도의 바이올린 연주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잠시의 여백에 음률의 축제를 안겨 줍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는 이들의 연주에 결코 무관심 하거나 인색하지 않고, 부담없는 즉석 음악회에 초청장 없이 초청된 관중들은 박수와 함께 주머니에서 던져지는 푸른 지폐들 속에 오가는 감사와 여유의 눈길을 보게됩니다.
펜 스테이션에는 주인이 있습니다. 모두가 바쁘게 오고 갔어도 그곳에 남아 스테이션을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낮에는 볕이나는 빌딩 숲에서 지내다가 해가지면, 찬바람을 피해서 하나 둘 찾아들면서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계단의 한구석에 몸을 내리고, 고개를 숙인채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말없이 정리하며 아무 불평없이 잠이 듭니다. 그리고, 새벽녁에 또다시 밀물 처럼 밀려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지는 시간이면, 여지없이 그 한자리 조차도 내어준 채, 넉넉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떠납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자리를 무심하게 수없이 밟고 오르지만, 주인 만은 그 자리에서 얻어난 쉬임과 평안을 가슴 언저리에 남겨둡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염원합니다. 언젠가 나에게도 갈곳이 있으리라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할일이 있으리라고!
펜 스테이션에는 신뢰와 사랑이 있습니다. 어느 홈레스 아저씨는 언제나 고양이를 서너마리를 앞세워 비지니스(?)를 하는 것을 보게됩니다. 미국에서 짐승 처럼 호강하는 나라도 없다고 하는데, 홈레스 아저씨를 따라다니는 어린 고양이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쉴 집이 있고, 가족이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은 동정하여 어린 고양이를 만져보거나 안아본 값으로 홈레스 아저씨의 낡고 더러운 종이 상자에 푸른 지폐를 던져줍니다. 고양이들은 홈레스 아저씨를 신뢰하며 사랑합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쓰다듬어 주고 안아줄지라도, 그들을 지키고 키워주는 홈레스 아저씨가 누구보다도 미더운 것입니다.
펜 스테이션에는 감사가 있습니다. 수없이 얽히고 설킨 철로 따라 만남의 열림 속에, 내 가족이 거하는 가정으로 갈 수 있다는 감사입니다. 언젠가 기차를 잘못타서 엉뚱한 곳에 내리어, 어둠 속에서 밤새 헤맨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도 없는 어둠 속의 낯선 정거장에서, 펜 스테이션 까지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열망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밤, 펜 스테이션에 다시 도착했을 때의 안도의 한숨은 싱싱한 감사의 기쁨으로 살아나기 까지 했습니다.
펜 스테이션에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습니다. 갈곳이 있는 사람, 갈곳이 분명히 정해진 사람들은 우왕좌왕하지 않습니다. 전광판 신호에 따라 각자의 출구를 찾아, 한치의 여유도 없이 몰려가는 인파를 바라보면서 그 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날-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 만이 아신다는 그 날을 – 그 날에 양과 염소가 갈라지듯이 우리의 갈길도 그렇게 분명하게 갈라질 것이라는 것을! 내가 갈길과 그들이 가는 길은 결국 같을 수 없음을 늘 깨닫게 됩니다. 남이 달려간다고 덩달아 달려가지 않습니다.
떠날 사람과 만날 사람들이 수없이 교차되는 펜 스테이션의 인파 속에서 성숙되어 가고 있는 시간의 촉박 함은 비정할 만큼 순간 순간 달려갑니다. 꽃이 있고, 음악이 있고, 연민이 있어도 그곳은 잠시 머무르는 대기 장소일뿐, 시간이 오면, 내가 타야만 될 기차의 출구를 향해 미련없이 가야 만 하는 곳이기에 더욱 더 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펜 스테이션에 음악이 있고,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고 사랑과 감사가 있을지라도 그곳은 결코 우리의 정착지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잠시 펜 스테이션에서 오늘도 무심히 지나쳐 버리고 마는 수 많은 인파들 속에서 .
– 윤 완 희, 6/16/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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