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절 즈음이면 아름답게 피는 선인장 꽃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이름을 크리스마스 캐터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손끝 마디 마디를 연결한 듯한 초록의 선인장 줄기 끝에서 동그랗게 꽃망울들을 맺기 시작하여 분홍, 빨강, 흰빛으로 피어나는 꽃송이들은, 날개를 활 짝 핀 아기새들의 비상하는 모습입니다. 선인장 꽃잎의 투명한 색감과 터질 듯한 꽃의 에너지와 향기는 감탄이 절로 쏟아져 나오며, 그 단아한 자태에 누구나 매혹됩니다.
목사관에도 수년 된 선인장을 키우고 있는데, 웬일인지 두서너 해 꽃을 피우지 않은 채 해를 넘기었습니다. 첫해는 부지런히 물을 주면서 꽃들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초록의 잎줄기들이 누렇게 죽어가며 배배꼬이는 모습을 보고 여간 실망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흙을 다시 갈아주고 화분을 옮겨주고 나니 조금은 생기를 차리는 듯싶었으나 역시 꽃은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선인장이 무엇인가가 충족되지 않았기에 꽃을 피워내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어느 날, 꽃을 잘 키우시는 권사님 댁을 방문케 되었는데, 그 가정에는 같은 종류의 선인장 꽃이 빨갛게 만발하여 화분 위로 가득 휘들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너무나 샘이 났습니다.
“권사님! 어떻게 해서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저희 집에도 똑같은 것이 있는데, 꽃을 피울 줄 몰라요!”
권사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셨습니다.
“지금 한창 필 때인데 … … 아! 꽃이 안 피면 꽃을 피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얼어죽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 밤에, 선인장을 밖에 한 번 내 다놓아 보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꽃을 피울 거예요!”
“추운 곳에요?”
저는 좀 이해가 안 갔으나 권사님의 자신만만한 말씀에 그렇게 해 보기로 작정했습니다.
저는 권사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어느 추운 겨울 밤에 선인장을 냉기가 가득한 차고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선인장에게 가만히 말하였습 니다.
“오늘밤, 여기서 견디는 거야! 춥고 무서워도 한 번만 참아봐! 알았지?”
선인장을 내려놓고 나오면서, 수년간을 밝고 따뜻한 리빙룸에서 자라난 선인장이 행여 찬 공기 속에서 죽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후, 리빙룸으로 다시 들여놓았습 니다.
그 뒤 저는 한동안 선인장을 마음속에서 잊어버리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화분에 물을 주면서 선인장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파리들이 싱싱하고 힘이 있어 보이기에 유심히 바라보니 이파리 끝마다 꽃망울들이 맺혀지고 있는 것이었습 니다. 선인장의 줄기줄기마다에 동그랗게 솟기 시작한 꽃망울들은 어느새 불그레한 연지를 입술에 바르기라도 한듯이, 저마다 앞다투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몇 번씩 화분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꽃망울들을 가득 매달고 있는 선인장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하여 함께 기뻐하였습니다.
저는 선인장이 지냈던 그 냉기어린 ‘겨울 밤’을 생각했습니다. 싸늘한 어둠 속에서 추위와 두려움, 적막만이 그의 곁에서 함께하던 밤 들을 … … 그리고 지금도 겨울 밤을 지내고 있는 주변의 사랑하는 성 도들을 생각했습니다. 원치 않는 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성도, 가정의 어려움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성도, 경제적인 문제로 시험을 받고 있 는 성도 등 외로움과 답답함, 슬픔과 절망, 한숨 속에서 그들은 긴 밤 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밤은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무섭고 외로운 밤입니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이 머물러야만 될 그 어두운 시간들을 대신할 수 없음을 압니다. 그것은 홀로 피워내야 할 독특 한 삶의 향기와 꽃송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밤을 인내와 믿음으로 승리한 성도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에 갖고 있던 천박함이 사라지고 싫증나지 않는 아름다움과 거룩함이 삶속에서 산안개처럼 솟아오릅니다. 단단하기만 하던 껍질 들이 봄 바람에 생명을 향해 옷을 벗는 나무들처럼, 순결한 기쁨으로 날마다 새롭게 단장함을 봅니다.
사람에게도 때가 되면 피워내야 할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있습니 다. 그 꽃은 이 땅에 단 하나밖에 없는 향기와 모양을 갖게 됩니다. 때때로 우리 하나님께서는 당신과 저를 고난의 어두운 밤 가운데 홀로 내버려두실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속에 숨어 있는 마땅히 날개치듯이 터져나야만 할 향기와 꽃을 위해 인내하시며 오늘도 우리를 지켜보십니다.
그 냉기어린 ‘겨울 밤’ 후의 만발한 선인장 꽃들은 저의 가슴 언저리에 오래오래 피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