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장에서” (목사관 서신, 사슴처럼 뛰는 영혼들이여, 열두번째 이야기) 1996, 윤 완희

독립 기념일을 전후로 하여 교회 성가대원들의 단합과 친교를 위한 수양회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장소를 정하는데 젊은 성가대원들의 의견이 캠프장으로 모아져, 야외에서의 하룻저녁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 안에서 하나로”(엡 4 : 2~6)라는 주제로 모인 성가대 수양회는 어른 아이들은 물론이요,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연 안에서 일치함을 다시한번 확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저녁 늦게까지 일을 마치시고 흑암 속을 달려오신 성도님들 이 숲속을 더듬으며 찾아온 캠프장은 스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비까 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어두운 숲속에 처음 캠프를 하는 분들은 황 랑한 캠프장에서 과연 어떻게 텐트를 치고, 밤을 지낼 수 있을까 염려 도 했으나, 서로서로 도와 가면서 숲속의 어둠 속에서 텐트는 지어져 갔습니다. 난생처음 콸콸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어두운 숲속에 들어온 어린아이들은 두려워 겁을 먹고 우는 아이도 있었고, 부 모의 손을 놓지 않고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떠날 줄 몰라했습니다. 그러 나 그 두려움도 잠시, 부모님들이 텐트를 거의 다 완성해 갈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두운 숲속을 손전등으로 비쳐가며 두려움없이 뛰 고 달리며, 자연 안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였습니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예배를 하나님께 드리고, 대원들이 마련한 저녁밥을 비를 맞으며 먹으면서 인디언들의 무리를 생각하였습니다. 하늘을 지붕삼고 바위를 베개삼으며 나뭇잎들을 이불삼아 살아갔을 머나 먼 옛날 이 땅의 주인들과, 오늘의 미국을 탄생시키기 위해 별빛을 바라 보며 들판과 산언덕에서 피를 흘린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 우리는 육적으로 너무나 풍성하고 편리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에 삶의 가치와 의미 조차도 잊고 살지는 않는가 때로 반문할 때가 있습니다. 육신의 풍요처럼 영혼의 풍요가 이 나라에 함께하길 내리는 비 속에서 간구했습니다.

캠프장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은 뭐니뭐니해도 캠프 파이어입니다. 미리 준비한 장작을 쌓아 불을 지핀 채, 불꽃이 타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노라면 매혹적인 슬픔과 기쁨, 생의 찬가를 힘껏 부르게 되고 한순간 세상만사를 모두 잊게 됩니다. “인생은 연기처럼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이라는 노래 가사가 아니더라도 불꽃을 맘껏 사르고 힘없이 잦아들어가는 장작더미 불의 속삭임을 듣습니다. 내가 살아있을 때, 불을 나누어주고 또 나누어줘도 손해보지 않는 것처럼, 너의 생이 반짝일 때 다함이 없는 사랑을 전하고 또 전하라. 시간을 너무나 오래 끌고 있다가 불꽃이 이미 사그라져 갈 때는 후회하며 한탄하여도 기회가 오지 않으리!”

기타 반주에 맞추어 복음성가로 밤늦도록 숲속을 울리던 성도들이 아침이 되니 피곤도 모르는 듯이 일찍 일어나, 개울가에서 낚시를 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새벽 산책을 나선 장어가 물속에서 평소대로 어슬렁거리다가 낚싯줄에 그만 낚여 올라온 것입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신기한 듯이 잡아올린 장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들도 개울가로 달려가 조심스럽게 바위를 들춰봅니다. 금방 알에서 부화된 올챙이들이 아이들의 컵안으로 옮겨집니다. 콩알만한 까만 개구리들이 웬일인가 싶어 눈망울을 껌뻑이며 아이들의 손등성 위에 올라앉아 숨을 헐떡입니다. “아! 요렇케 작은 개구리는 난생 처음 보는데 … …. 어른들도 동심이 되어 아이들을 에워쌉니다.

자연 속에서 모두가 천진하고 유연한 모습입니다. 가슴에 상처난 자, 가슴이 금강석같이 뭉친 자, 가슴에 시커먼 그을음을 지닌 자, 흐르는 물과 바람 속에 치유되고 용해되며 씻기움을 받습니다. 하룻 저녁 만에 숲의 신비에 매혹된 대원들이 텐트를 걷으며 아쉬워 했습니다.

“하룻저녁은 너무 짧아요! 적어도 2박3일은 해야 될 것 같아요!”

“아하! 사는 것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언젠가는 떠나야 될 장막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늘 아쉬워하는 것이지요! 우린 본향으로 돌아갈 성도들이지요!”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떠날 땐,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아라”라는 어느 바닷 가에 써있던 푯말처럼, 수십 명이 다녀간 자리엔 밤새 지었던 장막들이 꿈인 양 사라져 버렸습니다. 밤을 지새며 부르던 찬양과 기도소리를 숲은 알고 있다는 듯이, 그 기다란 가지들을 흔들어대며 작별 인사 를나누었습니다. 우리는 하룻저녁 안기었던 자연의 품을 아쉬워하며 삶의 현장으로 운전대를 돌려야만 했습니다.

떠날 때는 잠시 아쉽고 섭섭해도 돌아갈 집이 있어 행복한 것처럼, 우리에게 돌아갈 본향이 있기에 오늘의 삶이 더 귀한 것임을 일깨우는 한 여름의 캠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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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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