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늘 불리고, 늘 소환되지만
멀리 있을 때에야
비로소 세상의 표면으로 떠오른다.
여기 앉아
너를 바라보며
나는 내가 한때 가졌던 이름,
그리고 내일 다시 입을 이름만을 본다.
내가 너였을 때,
나는 내 이름을 알지 못했다.
이름 안에서,
그 이름을 부르던 이조차
이미 잊어버렸다.
너와 나는—
그것을 함께 잊었다.
그런데도,
이름은 여전히 나를 맴돌며
나를 부르고,
나 또한 그것을 되부른다.
그 메아리는
기억과 침묵의 가장자리에서 번져가며,
되살아남의 소음 속을
하나의 실처럼 풀려간다.
나는
내가 대답하는 그 이름이 아니다.
나는
그 이름이 남기고 간 부재다.
나는
그 이름이 담지 못하는
질문 그 자체다.
– 후기:
이 시는 이름과 거리 사이의 조용한 긴장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부여받은 이름과 우리가 되어가는 존재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존재합니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변형의 그릇입니다. 멀리 있을 때에야 비로소 불리워지는 이름은, 마치 숨결처럼 세상 위로 떠오릅니다.
「내 이름」은 현대의 복잡한 문화 속에서 자아를 탐색하는 역설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 속에서 자신을 잊고,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이름을 부르는 행위 속에서 오히려 그 이름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이 시는 기억과 침묵의 쌓인 켜(층위)를 따라가며, 정체성이라는 가느다란 실이 어떻게 풀리고 다시 엮이는지를 조용히 추적합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자아를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신비를 존중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대답하는 이름이 곧 우리 자신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름이 남긴 빈자리, 그 이름이 담지 못하는 질문 속에 우리가 존재합니다.
© 윤 태헌, 1981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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