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눈을 치우는 일이 지겹워
일흔일곱 해를 산 내 등은
자기만의 날씨처럼
쑤신다.

젖은 눈이
세 치쯤 내렸을 때 마다.
길을 치워야만 하지.
그 뒤로 일주일,
팔과 다리는 불평을 늘어놓고
등은
아직도 아픈데
회복할 틈도 없이.

그러다 눈이 녹았다.
전부, 녹고 증발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게 다인가? 허무하게도
아무것도 아닌 일을 위해
이렇게 고생한 걸까?
하루 이틀 만, 참고 기다렸어도
저절로 사라졌을 텐데.

하지만
아무 일 없듯이, 남겨져 본 사람은 안다.
노동이 없는 하루는
얼마나 지루하고, 행복이 증발한 하루라는 걸.

보상이 없어도,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아도,
들고, 밀고, 견뎌냈다는 사실—
몸이 움직이라 부를 때
응답했다는 그 사실이
얼마나 조용한 기쁨인지를.

하얀 세계 아래
숨겨져 있던
흙길이
다시 돌아왔다.

괜찮다. 이제는
그 길은 불편하지도 않다.
오히려 나를 위해
참 깨끗하고 위로가 된다.

— 윤 태헌, 2026년 2월 1일

The current image has no alternative text. The file name is: create-a-highly-detailed-high-resolution-image-depicting-a-serene-winter.png
Unknown's avatar

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This entry was posted in Essay by WanHee Yoon, Poetry. Bookmark the permalink.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