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팬스테이션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물결이 파도처럼 흘러내려간다. 그 와중에 송아지 만한 개를 앞세우고 가는 사람이 있기에 문득 쳐다보니 시각 장애자였다. 그는 30세로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자였는데, 개에게 계속 말을 하면서 줄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아 기차를 타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무심코 그를 지나 얼마남지 않은 기차시간을 보면서 기차에 총총히 올랐다.
기차가 막 떠날 무렵, 시커먼 개 한 마리가 성큼들어서며, 조금 전의 남자가 올라탔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승객이 그에게 얼른 자리를 양보하며 “여기 자리가 있다”라고 하였다. 그는 개에게 뭐라고 하니 얼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단숨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 큰 개는 마치도 구겨진 신문종이와 같이 몸을 최소한으로 작게 움추린채, 주인의 발밑에 들어가 고개를 바닥에 대고 아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일순간이었으나, 참으로 애잔해 보이고 충성스러워 보였다.
개에게도 각자의 역할이 다른 것 같다. 우리집 개는 츄와와 종류인데, 크기로 말하면 어른 손의 두뺨정도이지만, 특징이라면 성질이 불같다. 주인이 밖에서 들어오면 대대적인 환영식을 벌이는데, 껑충껑충 온몸을 용수철처럼 튀는 일과, 리빙룸을 지칠 때까지 뱅뱅돌면서 기쁨을 표현하는 일이다. 밖에서 아무리 우울한 일이 있다가도, 개의 환영식을 받다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러나, 잠자는 것을 건드린다거나 귀찮게 하면, 코를 찡그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때로는 물기까지 한다. 사람이 아무리 오라고 해도 오기 싫으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만다. 한마디로 인격적인 것을 아주 좋아한다.
짐승들도 자기가 난 환경과 종류에 따라, 역할이 분명하게 지워져있듯이 사람인들 오죽하랴! 마는 우리는 엉뚱한 기대를 서로에게 한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났다”라는 말을 붙잡고 월트 디즈니는 성공했지만, 때로는 그 상상력에 의한 기대 때문에 상처를 주고 받을 때가 있다.
한 분 한분이 비슷한 것 같으나, 가지고 있는 달란트의 다양함과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에 있어서도, 똑같을 수 없음을 볼 때가 있다. 그러나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잘 사용할 때 만사가 잘되어가지만, 부인 할 때는 교회가 힘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 윤 완희, 6/9/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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