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고지서 위에서”

— 카운티 재산 감정 통지서

고지서는 도착하였다
우편함 속 차가운 쇳덩이처럼.

카운티 재산 감정관—
조용한 봉투 하나가
늙어가는 나의 눈을 흔들었다.

사십 퍼센트.
오십팔 퍼센트.
칠십오 퍼센트.

숫자들은
끝없는 비 뒤의 홍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올해도
또 사십칠 달러,
또 삼백사십사 달러—
작게 인쇄된 문장들이
식탁 위 음식을 천천히 갉아먹는다.

아,
나는 이미
익숙한 길 위
모든 주유소에서
두 배의 값을 지불하고 있다.

누가
부엌 식탁 위 줄어드는 빵을 재는가?

누가
텅 비어가는 냉장고의 공간을 세는가?
끼니를 거르는 어머니들,
묽은 국그릇을 말없이 바라보는
늙은 남자들을
누가 기억하는가?

누가 책임지는가
경제라는 넥타이를 맨 채
천천히 진행되는 이 굶주림을?

지금은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계절인가?

아니면 우리는 이미 조용히
두 번째 대공황 속으로 들어선 것인가?

나팔 소리도 없이,
아무 경고도 없이.

두려움이 다시
우리 곁을 걷는다.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고대의 역병만이 아니라—

한타바이러스나
흑사병만이 아니라—

잠 못 이루는 밤들을 통해,
열어보지 못한 청구서들을 통해,
형광등 아래
영수증을 쥔 떨리는 손들을 통해
두려움은 스며든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구원자는 어디에 있는가?

구원은 언제 오는가?

그것은
선거를 통해 오는가?
분노의 연설을 통해 오는가?
붐비는 고속도로 옆
간판에 인쇄된 약속들을 통해 오는가?

아니면 구원은 이미
어딘가 사람들 사이를 헤엄치고 있는가—

역사 속에 숨은 채,
내일의 숨결 속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며.

어쩌면
그것은 이미 어제
우리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를 스쳐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지친 얼굴을 한 이웃의 모습으로,
그래도 여전히
빵을 나누어 주는 사람의 모습으로.

— 윤태헌, 2026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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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aeHun Yoon

Retired Pastor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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