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초강대국의 정상 위에서
평화는 머물지 않는다
권력의 왕좌 안에도,
항복의 재 아래에도.
그것은 조용히 떨고 있다
떠오르는 손과
사라져가는 손 사이에서—
숨결처럼 연약한 다리로.
새롭게 떠오르는 권력은
내일을 정복하려 하고,
기울어가는 권력은
어제의 그림자에 매달린다.
그 사이에서
역사는 칼날을 갈고 있다.
그러나 어디선가
한 아이는 꽃에 물을 주고,
늙은 어머니는 촛불을 밝히며,
한 낯선 이는
다른 낯선 이를 위해
문을 열어 준다.
그리고 대지는 기억한다
평화는 결코 승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갈등은 시작된다
탐욕이 인간의 눈물보다
더 높은 벽을 세울 때.
그러나 갈등은 사라진다
생존이
또 다른 생존의 얼굴을 알아볼 때—
굶주린 눈이 굶주린 눈을 마주하고,
상처 입은 손이 상처 입은 손을 만질 때.
그때 침묵은 부드러워진다.
그때 국경은 느슨해진다.
그때 적들은 깨닫는다
서로가 같은 어두운 밤 앞에서
함께 떨고 있었다는 것을.
평화는 천천히 도착한다,
아무 소리 없이
산을 넘어오는 새벽처럼.
승리도 아니다.
패배도 아니다.
오직 인간이
다시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워가는 것일 뿐.
— 윤태헌, 2026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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